어디에 눌린 듯한 납작한 얼굴, 킁킁대는 들창코, 이마엔 쭈글이 주름, 짜장면을 먹고 온 듯 유독 입 주변만 검은 강아지 한 마리가 뒤뚱거리면서 나에게 오면 귀여워서 웃음이 안 날 수가 없다. 킹스맨에서도 활약한 이 매력적인 개는 퍼그라는 견이다. 오늘은 개성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을 한껏 장착한 독특한 외모의 퍼그에 대해서 알아본다.
■ 목차 ■
1. 기본 정보
2. 성격
3. 잘 키우는 방법 (취약한 질병)
4. 퍼그, 불독 구별법
5. 분양가 (가격)
6. 글을 맺으며
1. 퍼그 기본 정보 파헤치기
1) 고향
퍼그(pug)는 오래전부터 네덜란드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아온 견종으로, 원산지를 네덜란드로 잘못 알고 있는 유럽인들도 많다. 하지만 원 고향은 중국이다.
2) 외모
퍼그란 품종명의 유래는 라틴어로 주먹을 의미하는 퍼그너스 (Pugnus)이다. 동그란 두상과 얼굴이 주먹 쥔 형태를 닮아서 그렇게 지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주먹을 꽉 쥔 것처럼 얼굴이 쭈글거리게 눌렸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친구들은 동그란 얼굴에 꽉 쥐었다 편 것 같은 주름을 가지고 있으니 이름이 딱인 것 같다.
평균 키는 25-35cm 체중 6-10kg. 단단한 외모의 소형견으로 작은 녀석들 중에 가장 튼튼해 보인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체형을 가졌으며 땅딸막하고 작지만 각지고 다부진 체격이 특징적이다. 머리는 큰 편이고 다리는 튼튼하며 꼬리는 엉덩이 위에 바짝 말려있는 형태이다. 선천적으로 통통한 체형의 반려견이다.
털은 은색, 옅은 황갈색, 살구색, 검은색, 흰색이 있는데 옅은 황갈색 아이들은 주둥이와 귀가 검은색이란 특징이 있다.
퍼그는 외모 구석구석이 다 개성 있지만 그래도 단연코 얼굴이 으뜸이다. 세상 고뇌를 다 품은 듯 이마와 미간에는 깊은 주름을 짓고 있는데 불쌍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짓는 표정마다 독특하고 너무 귀엽다.
동그랗고 큰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떨어질 것 같이 슬퍼보이며, 주둥이는 짧고 아래턱이 윗턱보다 돌출되어 있는데 어딘가에 눌려 찌그러진듯한 안면부는 보고 있으면 그냥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이마에 나있는 수평 주름은 한자로 '왕'자와 흡사하여 중국에서는 퍼그를 왕자의 상징으로 말하기도 한다는데, 이렇게 묘한 중독성마저 느껴지는 극에 달하는 개성 있는 외모로 뒤뚱거리는 걸음걸이까지 가지고 있으니 산책을 나갈 때마다 시선강탈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털은 짧은 이중모로 되어있고, 털 빠짐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털은 부드럽고 윤기가 돌며 매끄러운데 귀의 털이 벨벳처럼 가장 부드럽다. 이 품종의 귀는 귓불이 뒤로 잡히는 형태와 앞으로 접히는 형태가 있는데, 앞으로 접히는 형태가 귀 안쪽의 울퉁불퉁한 부분이 안 보여서 더 선호된다.
이 품종의 특이한 체형과 개성 있는 얼굴은 영화계에도 인정을 받아 스크린에도 자주 올랐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맨 인 블랙, 마리 앙투아네트, 마이펫의 이중생활, 그리고 한국 영화로는 닥터봉, 터널에 출연한 바 있다.
3) 평균 수명과 지능
평균 수명은 14-15년이다. 강아지 똑똑한 순위로는 138 견종중 108로 낮은 순위에 있지만, 지난번에 포스팅한 대로 미국 켄넬클럽 (AKC)에 공식 등록된 견종만을 기준으로 하였고, 사람에게 누가 더 순종을 잘하는지에 대한 순위였기 때문에 지능이 좋다 나쁘다 단정 지을 수 없다.
실제로 이들을 키우고 계신 견주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로는 지능이 좋은 것 같단 의견도 많다. 워낙 움직이기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먹을 것 없으면 못 들은 척할 때가 많은데 그런 성격이 순종 순위에서도 작용을 했을 거란 얘기다. 방문을 닫아놓으면 문을 열고 나온다는 글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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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람과 함께한 역사
기원전 400년 전부터 번성했던 이 품종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중국 황제가 납작한 얼굴의 개를 좋아해서 시추나 페키니즈와 같이 반려견으로 개량한 것이, 1500년대에 네덜란드 무역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그 후 한 퍼그가 스페인 군대로부터 윌리엄 왕자를 구해준 이유로 왕족과 인연을 맺게 되어 네덜란드 왕실의 상징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1600년대가 되어 윌리엄 3세 시대에 영국에도 유입되었고, 1800년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도 꾸준히 인기를 누렸다. 또한 그 이전에 프랑스의 나폴레옹의 아내도 이 품종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77년까지는 황갈색종만 있었는데, 그 해에 블랙 퍼그 한쌍을 동양에서 들여왔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와는 조금 다른 얘기도 있다. 자료를 보다 보니 송나라에서 키우던 퍼그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굉장히 멋진 외모였으나, 실크로드를 통해 영국으로 전해지게 되었고, 당시 유럽인들은 못생긴 개를 좋아해서 이들을 못생긴 외모로 개량시켰다는 얘기도 찾을 수 있었다.
2. 퍼그 성격
중국이 고향인 견종 중에서 가장 유순한 개다. 느긋한 성격으로 차분하고 온화하며 참을성이 많다. 또한 반려인에 대한 애정이 크고 다정다감하며 무언가 함께 하고 관심받는 것을 즐거워한다.
활기차고 장난기도 가득한데 공격성은 거의 없다 보니 집안에 다른 강아지들이나 아이들과도 잘 지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헛짖음도 없어 아파트에서 키우기에도 적합한 견종이다. 다만, 낯선 사람도 꼬리를 흔들면서 반가워하고 경계심이 낮은 편이라 집을 지키는 역할로는 적합지 않다.
키우시는 분들이 완벽에 가까운 성격이라고 칭찬하기도 하는 이 품종의 단점을 꼽자면 고집스러움이다. 느긋하고 유순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나름 고집이 있어서 사람이 시키는 것이 내키지 않으면 자기 뜻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잘 짖지는 않지만 원하는 것이 있을 경우에 낑낑대는 녀석들도 있어서 그리 다루기 쉽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단점은 식탐이다. 워낙에 통통한 체형의 견종이고 운동을 심하게 하면 안 되는 단두종이기 때문에 체중관리가 쉽지 않은 편인데, 밥 먹기를 너무 좋아해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또 다른 단점을 굳이 찾자면 게으름이다. 이건 느긋한 성격으로 볼 수도 있는데 어릴 때는 개방정을 떨지만 조금 나이가 들면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한다. 먹을 것이 없으면 알아듣고도 미적 거리기도 하는데, 사실 이건 모든 반려견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의외로 질투심이 강하며, 외로운 것을 싫어해서 혼자 집에 계속 있어야 할 경우 분리불안증에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단점은 굳이 찾으려고 해서 찾는 것이고 이 견종을 키우는 분들은 이들의 성격을 '아주 좋음'으로 표현한다. 사람이 거는 웬만한 장난에 화를 내지 않을 정도로 착하고 너그러운 면도 있는 친구들인데,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단 하나의 매력을 꼽자면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움, 바로 느긋함'이다.
3. 퍼그 잘 키우는 방법 (취약한 질병)
1) 털 관리
이들은 이중모를 가지고 있는데 털 빠짐이 심해 관리를 잘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짧은 털이라 눈에는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불이나 옷에 박히기도 하는데 이들의 털 빠짐 정도를 두고 '상상 이상', '고양이급 털 빠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집안에 기관지염이나 비염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특히나 더 잘 관리해야 한다.
털을 덜 빠지게 하는 방법은 없지만 정기적인 빗질은 집안에 털이 덜 날리도록 해준다. 털 날림 방지 브러시나 매끄러운 브러시로 매일 빗어주면 피부와 털 관리에 도움이 된다.
2) 비만 조심
이 친구들은 식탐이 많다. 그런데 단두종 아이들은 조금만 운동을 해도 금방 지친다. 또 움직이기 싫어하고 게으른 면도 있어서 체중관리가 쉽지가 않다. 특히 중성화 수술을 받은 경우의 아이들은 같은 양의 사료를 먹어도 살이 더 찌기 때문에 체중이 늘지 않는 사료의 적정량을 찾아 비만이 되지 않도록 잘 살펴봐줘야 한다.
매일 산책을 하루 20분 정도 시켜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집안에서도 틈틈이 움직이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매일 아침마다 체중을 재보는 것도 비만을 막는 중요한 팁이라 할 수 있다. 비만은 당뇨로 이어지기도 하니 주의 요한다.
3) 관절 조심
유전적으로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슬개골 탈구의 문제도 있는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바닥에 매트를 깔아주는 것이 좋다. 체중 조절은 필수이다.
4) 피부 관리
얼굴의 주름 사이에 이물질이 끼기 쉽다. 항상 따듯한 물에 빨아 꼭 짠 수건으로 주름 사이를 잘 닦아주어야 한다. 신경 써주지 않으면 피부병에 걸릴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도 이 품종에서 잘 걸리는 질환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5) 호흡기 조심
단두종 강아지들은 대부분 근친교배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에 노출되어 있다. '단두종' 폐쇄성 기도 증후군'이라는 것인데, 기도가 짧기 때문에 조금 심하게 움직이면 호흡이 힘들어져 헐떡거리며, 흥분하면 '발작성 호흡'이라고도 하는 역재채기를 하기도 한다. 역재채기는 숨을 들이마시는 동작을 계속하는 것이다. 급성기관지염이나 폐렴, 연구개 과장증도 이들이 걸리기 쉬운 호흡기 질병이다.
6) 더위 취약
페키니즈나 퍼그처럼 얼굴이 눌린 단두종들은 온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줘야 하는데, 더운 여름 집안에 혼자 남겨져있을 때에 열사병에 걸리기도 한다. 주차되어 있는 차 안에 강아지 혼자 남겨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는 아래글을 보면 알 수 있다.
7) 눈 주의
눈이 크고 튀어나와 있고 주둥이가 짧기 때문에 안구를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싸움이 나거나 잘못 부딪혀도 꼭 안구를 다치는 것이 페키니즈나 퍼그 같은 이런 단두종 친구들이다.
눈과 관련된 질환들도 쉽게 걸리니 주의를 요한다. 각막염, 결막염, 안구 탈출, 안구 건종, 각막 궤양, 속눈썹 이상 등이 흔하게 걸리는 질환이다.
8) 안면 종양
나이가 들수록 안면 종양이 생기기 쉽다. 이것 역시 근친교배로 인해 생긴 유전적인 문제인데, 나이 든 퍼그가 자연사할 경우에 대체로 안면종으로 인해 죽는다고 한다. 평소에 세심하게 살펴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9) 뇌염
이 역시도 유전적인 문제인데 이 품종의 아이들은 뇌와 관련된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PDE 개 뇌염 (Pug Dog Enchephalitis)란 질병은 자가면역질환인데, 혼수상태와 발작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결국 사망하며, 진행을 늦출 수는 있어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말티즈,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등의 소형견에게도 발병되며, 7세 이전에 발병될 가능성이 크다. 퍼그 중에 살구색의 털을 가진 암컷, 그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개체일수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품종의 아이들은 취약한 유전병이 많기 때문에 매일 잘 살펴주고 몸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지 잘 살펴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폐암, 당뇨병, 췌장암, 방광암, 뇌종양, 구토, 설사 등에도 취약하다.
퍼그, 불독과 헷갈린다고?
안면에 있는 주름 때문에 불독과 헷갈리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퍼그와 불도그(Bulldog)은 구별하기 쉽다. 일단 몸집부터 다르다. 이들은 소형견인데 반해 불도그는 덩치가 더 큰 중형견이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몸매도 얼굴도 귀염상인데 반해 불도그는 투견으로 이름을 날린 견종으로 훨씬 강인한 느낌이 든다.
안면에 주름이 많고 얼굴이 눌린 단두종이라는 공통점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불독은 유난히 볼살이 늘어져있고, 얼굴에 주름도 더 많아 보인다. 그리고 눈 크기도 훨씬 작다. 얼굴에 주름이 많다는 것과 털이 많이 빠진다는 것, 짧은 털 정도가 공통적이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인상부터가 너무 다른 둘이다.
쉿! 분양가 (가격)
아기 강아지의 개월 수나 성별, 분양하는 곳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지만, 대략 40-60만 원 정도면 분양받을 수 있다. 여러 이유로 안타깝게 파양 되거나 유기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기동물보호센터나 지역 카페를 이용해서 갈 곳 없는 강아지를 평생 함께할 반려견으로 입양하는 것도 권해 드린다.
글을 맺으며
퍼그의 성격, 지능, 수명, 돌보는 방법, 분양가 등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이들의 매력 중에 하나 빼먹은 것은 바로 코 고는 소리이다. 잠귀가 밝은 어느 누구에겐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만한 것인데, 필자는 강아지 코 고는 소리를 좋아한다. 놀자고 계속 장난치면 귀찮을 만도 한데 무덤덤하게 있어주는 그 느긋하고 온화한 성품도 참 좋다. 견종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우리 댕댕이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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