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은 하루 두 차례씩 산책을 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고양이 산책 시키기는 다들 왜 안 하는 건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냥이들은 목욕시키기 힘들어서? 너무 유연해서 놓칠까 봐? 아니면 집사들이 게을러서?
땡땡땡. 모두 아닙니다.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반려묘들이 답답해 보이고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사람들이 단단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창 밖을 하염없이 보는 걸까?
고양이가 창밖을 보는 이유는 나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 침입자가 들어오지 않는지 살피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창 밖에 길냥이가 다가오면 극도로 흥분하며 하악질과 함께 경고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그리고 냥이들은 우리가 TV를 보듯이 밖을 그냥 구경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확실한 것은 외출을 갈망해서 바라보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인데요.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자기의 영역을 벗어나면 극도로 불안해하고, 넓혀놓은 자신의 영역을 날마다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심하게 느끼는 동물이라는 얘기입니다. 고로 창문은 자신의 영역의 경계선이며, 창 밖 세상은 갈망의 대상이 아니고 관찰의 대상인 셈인 것입니다.
고양이 산책 시키기, 절대 안 되는 이유
길냥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외부의 위협과 자극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주변을 경계하다가 바스락 소리만 나도 순식간에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기지요.
그런데 이런 습성을 가진 친구들이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줄로 사람과 연결되어 주변이 개방된 곳을 걷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또한 나의 은신처가 아닌 곳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낯선 사람과 동물, 자동차, 소음 등은 긴장감과 불안감 등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겠지요.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려묘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고양이 산책 시키기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큰 부작용이 있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하네스를 착용시켜 산책을 시키고 심지어 반려묘가 외출을 좋아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거나 사람이 오해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는데, 정말로 외출을 좋아하는 친구이거나 길냥이 출신이라 어느 정도 익숙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이후에 그들의 스트레스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새롭게 확장한 영토를 지키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인데요. 만일 현관 앞에서 계속 우는 버릇이 생겼다면 이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동물병원에 가기 위해 캐리어에 들어가 집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영역을 이탈한 것에 대해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렇게 보면 산책을 하면서 넓혀놓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밤낮으로 스트레스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일 텐데요. 반려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는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길냥이는?
길냥이들은 처한 상황 때문에 밖에서 사는 것일 뿐입니다. 활동 영역과 관련된 고양이 평균 수명을 비교해 놓은 흥미 있는 통계가 있는데요. 실내에서만 사는 고양이 평균 수명은 15-20년, 실외 산책 고양이는 12년, 길냥이 수명은 고작 2-3년 길어야 6년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냥이들은 실외 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위험성이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산책을 시키고 싶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냥이가 너무 좋아해서 조심히 산책을 시키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고양이 산책을 위해서는 집사가 꼭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예방접종은 기본
첫째 예방접종입니다. 헤르페스(허피스), 파보, 클라미디아, 칼리시를 예방하는 4종 종합 백신이 기본인데, 이와 함께 내부 기생충약, 외부 기생충약, 심장사상충약도 챙겨줘야 합니다.
광견병 접종도 필요합니다. 광견병은 이름에 '견'자가 들어가서 개들만 걸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고양이도 걸릴 수 있거든요. 치사율이 매우 높고 사람도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 전염병이기 때문에 꼭 접종해주어야 합니다.
위에 알려드린 것들은 산책과 상관없이 모든 반려묘들에게 해당되는 부분으로, 산책을 다니는 친구라면 더더욱 신경 써줘야만 합니다.
인식표 달아주기
만의 하나 반려묘를 잃었을 경우를 대비해 인식표나 마이크로칩을 해주어야 합니다. 고양이 인식표 착용 시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냥이들은 그루밍을 하다가 인식표가 이빨에 걸려 다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걸이를 체인형보다는 버클형으로 하는 것이 좋고, 줄 길이도 너무 길거나 짧지 않게 손가락 두 개 정도 들어가는 여유만 주어야 합니다.
탈출 예방하는 방법
산책을 시키다가 반려묘를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네스 교육이 필요한데요. 냥이들은 몸이 유연하고 두상이 개들보다 작아서 목줄은 쉽게 벗겨질 수 있기 때문에 앞 발을 끼우는 하네스형의 가슴줄을 착용시켜야 합니다.
예민한 친구들은 몸에 하네스를 착용하는 자체 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을 때 실내에서 조금씩 적응 훈련을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적당한 산책 장소 물색하기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집 마당 안에서만 산책을 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독주택이 아닐 경우에는 가능한 일이 아닌데요.
마당이 없지만 산책을 시키고 싶다면 집 가까운 곳에서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장소를 찾아보세요. 도로와 인접해 차소리나 소음이 있는 곳은 피해야 하고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어야 합니다.
짧게 끝내기
산책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역에 대한 집착이 커질 수 있습니다. 짧게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산책 후 행동 변화 살피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반려묘가 산책 후에 현관 앞에서 우는 행동을 한다면 영역을 지키지 못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양이 산책 후에는 반드시 행동에 변화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글을 맺으며
요즘처럼 화창한 날에 창 밖 구경하는 반려묘를 보면 함께 산책하면 참 좋을 텐데 싶으실 텐데요. 그들의 마음은 우리들이 짐작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습성을 이해하는 것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당신의 고양이가 창밖을 보는 이유는 나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침입자가 못 들어오도록 지키기 위해서라는 사실 기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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