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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반려묘 정보

아깽이, 엄마 냥이 찾아주기 대작전

by 충전*'* 2021. 12. 16.


매일 밥을 챙겨주는 분이 계시기 때문에 그리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길냥이들은 사람을 좋아하고 순한 편이다. 길에서 태어나는 아깽이들도 많은데 칼바람이 매서운 겨울철이 되면 나는 길 위에서 태어나는 생명들이 걱정돼 노심초사할 일이 많아진다.

 

노을이 지는 어스름한 저녁, 돌담 위에 길냥이 한마리가 앉아있는 모습
길 위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가는 생명에게 자비를...


몇 주 전의 일이다. 어둠이 깔린 아파트 산책로를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뭔가 도움을 청하는 듯한 구슬픈 울음소리였다. 주차되어 있는 차 밑에서 나는 것 같았지만 휴대폰 전등으로 비춰봐도 보이질 않았다. 울음소리는 그 후로 잠시 더 들리다가 이내 들리지 않았다.

다음날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나는 다시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모습도 보았는데 회색털을 가진 아주 작은 아가 길냥이였다. 높은 담벼락 밑을 서성이며 애처롭게 울고 있는 모습이 어미를 찾고 있는 듯했다. 구조해서 입양을 보내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 커다란 개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호자와 함께 산책을 나온 것이었지만, 얼마 전 화단에서 뭔가에 물려 죽어있는 길냥이를 보았었고 고양이를 보면 개줄을 슬쩍 놓는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었었기 때문에 너무 걱정되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손쓸 틈도 없이 낯선 울음소리에 반응한 개가 달려와 아가가 숨어있는 차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사방에서 킁킁댄 것이었다. 견주는 자기 개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이러는 거라고 했지만, 아깽이는 너무 놀라 더 크게 울어댔고, 그냥 가달라고 내가 부탁하고 나서야 큰 개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집에 들어가서도 걱정이 되었다. 그 개가 돌아오는 길에 또 마주치면 어떡하나 싶어 바로 다시 나가 봤지만 녀석은 보이질 않았고 며칠이 지나도록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아이가 눈에 밟혔다. 단지 내에 큰 강아지들이 많기 때문에 위험이 항상 존재할 것이었다. 더군다나 밤마다 유독 서늘했던 며칠이었기에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내내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흘렀다. 이른 아침 산책길, 회색 아가가 울고 있었던 바로 그 담벼락 밑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가보니 회색이 아니라 이번에는 하얀 털의 아깽이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때 그 아이가 울고 있던 바로 그 자리 담벼락 아래에서, 그때와 똑같이 위를 올려다보며 울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시선을 따라 담벼락 위쪽을 올려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 아파트 뒤쪽에는 야산이 있는데, 그 야산을 막고 있는 그 높은 담벼락 위 나무들 사이에서 하얀 아깽이 두 마리가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초록색, 회색, 자주색 순으로 세로 방향으로 삼등분 되어 있고, 위쪽에 두마리, 아래쪽에 한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그려있는 일러스트
사진을 찍지 못해 그림을 그려보았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리는 없고, 옆으로 가면 조금 낮은 담장이 이어져 있는데 그쪽에서 떨어진 게 분명했다. 그림에는 그리지 않았지만 담장 위에는 안전을 위해 철재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워낙 작은 아기들이라 그 아래 틈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어 위에 있는 아깽이들도 위험스러워 보였다.

한눈에 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너무나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으니 그 아래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울고만 있었다. 주변을 보니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문득 '지난번 회색 아이와 형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 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담을 타고 내려오다 굴러 떨어지는 같아 보였다. 구조해야 하나 나는 또 고민했다. 하지만 어디에서 온 건지 알고 있는 이상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미가 나타나 데려갈지도 모르니 기다려보는 것이 맞다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단지 내에서 산책하는 반려견들 그리고 사람이었다. 세상이 무섭기만 한 아깽이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주차되어 있는 차 밑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다가 옆 차에 사람이 다가가자 차 더 깊숙한 곳으로 숨는 듯 보였는데, 한동안 울음소리만 크게 나고 모습이 보이질 않아 살펴보니 아뿔싸... 차 안으로 들어가 버린 모양이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고개를 숙여 아무리 봐도 보이질 않았고 차 안에서 구슬픈 울음소리만 들렸다. 하도 울어 목도 쉰 듯했다. 이 아이가 나오지 못하는 사이 시동을 켜고 차가 움직이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에 차 주인에게 연락을 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어쩔 수 없이 문자로 5통을 남겼다.

한동안 지켜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집에 가서 무릎 담요를 들고 다시 나왔다. 어미가 보이질 않고 위험하니 혹시 나오면 구조를 해야겠다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들어간 차 가까이에 갔는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황을 보기 위해 차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고개를 숙여 아래쪽을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동차 타이어 위쪽 공간에 숨어있는 하얀색 털의 아기 고양이 모습


산에서 얼마나 놀았던 건지 코에 검댕이를 잔뜩 묻힌 아깽이가 타이어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너였구나... 안녕 아가야...

옆에 조심히 앉아 눈인사를 건넸더니, 그냥 날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도와주려는 내 마음을 읽었던 걸까. 도망가지도 않고 내 시선도 거부하지 않는 아이. 찬찬히 쳐다보니 참 똘똘해 보이는 아가였다.

밤이 될 때까지 어미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색 아가처럼 혼자 헤매 다니다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울음소리가 어미를 부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먼발치에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 사이 언니를 불러 둘이서 지켜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담장 위에서 전신이 까만 성묘 한 마리가 천천히 내려오더니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까만 녀석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애타게 찾던 어미였다. 둘은 서로를 무척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된 거겠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어미와 아가의 모습이 다시 우리의 시선을 잡았다. 어미는 자기가 내려왔던 담장 밑으로 아가를 데리고 가서 '이렇게 뛰어오르면 되는 거야!'라고 알려주듯이 점프로 담에 올랐다가 내려왔다를 반복해 보였다. 하지만 아깽이가 오르기엔 너무 높은 담장이었다.

 

아기 앞에서 폴짝 뛰어오르는 시범을 보이고 있는 엄마 고양이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아가는 엄마가 하는 식으로 폴짝 뛰어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여러 번 해봐도 안되자, 옆에 있는 나무에 올라 담을 향해 뛰어본다. 하지만 나무에서 담은 너무 멀었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면 아가도 오를 수 있을 정도 높이의 담이 있는데, 그걸 이 녀석들에게 알려줄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내가 담장 위로 올려주면 그만 일 텐데...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어 애도 탔다.

 


그렇게 시범을 계속 보이던 어미가 갑자기 담장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다른 아가들을 보러 간 것 같았다. 어미가 사라지자 아깽이는 안절부절못하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금쪽같은 휴일을 반납했건만 고구마를 열 개는 먹은 것처럼 답답함이 극에 달하려는 찰나, 지켜보던 언니가 제안을 해왔다.

다리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아 맞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언니의 똑똑함에 감탄하며 경비실에서 긴 빗자루 몇 개와 합판 몇 장을 빌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담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만들어 주고, 아가가 올라갔던 나뭇가지 위에서 담으로 이어지는 길도 만들어 주었다. 그 사이 어미가 다시 내려왔는데, 자기를 도와주는 걸 느꼈는지 우리가 하는 것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가야. 이제는 네 차례야. 잘할 수 있지?


다리가 완성되자 우리는 자리를 비켜주었고, 아깽이는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신기하게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리가 연결된 지점에까지 오르더니 잠시 주춤했다. 용기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용기를 내렴. 넌 할 수 있어!! 

 

잠시 가만히 숨을 고르던 녀석이 우리가 놓아준 다리 위로 조심히 다가간다. 그러더니 한순간 폴짝~ 하고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담 위에 착지했다. 드디어 성공한 것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언니와 나는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찬바람을 몇 시간 동안 맞아 코가 빨개진 채로 말이다.

 

아깽이는 고맙다는 눈인사를 하듯 우리를 한번 돌아보더니 담을 타고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내 지켜보다 잠깐 사이 또다시 사라져 버린 엄마를 찾아 말이다. 

 

어미가 봤어야 했는데... 다른 쪽으로 가던데 무사히 만났을까?

 

잠시 걱정도 들었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이내 높은 담장 위 우거진 나무 사이로 까만 어미 고양이 뒤로 하얀 아기 냥이 셋이 졸졸졸 따라가는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이곳보다 안전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저 녀석 말이야. 자기가 얼마나 용맹했는지 조잘대면서 걷고 있을 것 같지 않아?

 

언니와 나는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사라져 가는 녀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아깽이 엄마 냥이 찾아주기 대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뒷이야기

 

약간의 감기 기운이 생겨 고생을 했지만,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은 좋은 추억을 얻은 느낌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꿈결처럼 예쁜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것인데, 가슴에 담아두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며칠 후 저녁 산책에 나는 이 녀석들을 보았다. 둘은 나를 보자마자 산 쪽으로 들어갔지만 세 번째 아이는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날 보고 있었다. 타이어 위에 숨어 있을 때 미처 못 나눴던 눈인사를 건네듯이 말이다. 

 

돌 담 위에 옹기종이 모여있는 하얀색 아깽이 세마리

 

그리고 며칠 전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언니에게서 카톡이 왔는데, 회색 아깽이에 대한 반가운 소식이 담겨 있었다.

아깽이가 무사하다는 내용의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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