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그때 봤던 검은 털의 길냥이 어미를 보았습니다. 아파트를 두 바퀴 돌고 왔을 때까지도 계속 그 자리, 돌 위에 앉아 있었는데 아가들은 주변에 보이 지를 않았어요.
아침에는 아가들 셋만 보았는데 말이죠. 요즘 들어 아가들이랑 엄마 냥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이제 제법 컸으니 따로 다니는 걸까? 싶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어둑해진 조금 전, 넷이 함께 있는 걸 보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오늘 유난히 자주 보였던 녀석들이 눈에 밟히고 낮에 본 어미 고양이가 왠지 기운 없어 보여서 아까 편의점에 들른 김에 우리 강아지 간식과 함께 냥이 캔도 몇 개 사봤습니다.
아파트에 길냥이 밥을 주시는 분이 계시지만 매일 주시는지 정확 치는 않고, 오늘은 1월 1일이니 색다른 것을 먹이고 싶었거든요. 편의점에서 산 캔이니 불량식품 정도 되려나요? 하지만 늘 사료만 먹을 테니 습식도 한 번쯤은 먹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예상한 대로 녀석들은 그 자리에 없었어요. 그래도 가지고 나간 거니까 담장 위에다가 올려놔 주고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았는데, 잠시 후 다시 와서 보니 어디서 나왔는지 아가 냥이 둘이 앉아서 이쁘게 먹고 있었습니다.
날이 이미 어두워 주변이 컴컴한데도 하얀 아이들이라서 빛이 나듯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셋째가 뒤늦게 와서 다 먹은 바닥만 핥아대길래 다시 들어가서 더 가지고 나왔습니다.
자리를 비켜주고 조금 있다가 다시 가보니 이번에 검은 어미 냥이가 와서 먹고 있지 않겠어요? 넷이 함께 있는 모습이 반갑기도 했지만 셋째 냥이는 이번에도 못 먹는 것 같아서 걱정됐는데 다행히 어미가 다 먹지 않고 비켜주더라고요.
별것도 아닌 것을 나눠먹는 모습을 보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예전에 살짝 경험해 봤었지만, 저는 길 위의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어 애써 무시하며 지내고 있거든요. 이 녀석들에게도 그렇게 되겠지요. 아주 가끔씩만 이런 식으로 간식을 챙겨줄 뿐 정이 들지 않으려 노력하겠지요.
챙겨주는 것도 애써 무시하는 것도 제게는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저 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 아이들이 살아가는 게 조금은 더 수월할 테고 지켜보는 마음도 좀 더 편안해질 테니까요. 이름은 없지만 귀한 아이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을 건네며 이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건강하고 무탈한 한해 보내거라
너희들의 삶을 응원한단다.
오늘도 역시 사진은 없습니다. 맛있게 먹는 예쁜 모습은 제 마음속에 저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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