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강아지 아침 산책을 하다가 돌아오는데, 물까치 떼가 뭔가를 공격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자세히 봤더니 아기새 하나가 두려움에 떨면서 도망 다니고 있더라고요. 저희 동네에는 새가 많은데 처음 보는 듯한 생김새라 계속 지켜봤는데 한쪽 날개를 다친 아기새였어요. 길냥이들 위험도 있고 해서 경비아저씨께 도움을 청해 일단 구조했습니다.
경비아저씨께서 천연기념물인 소쩍새 같다고 하셔서, 아무래도 귀한 새면 구조센터에 가서도 좀 더 대접을 받겠지 싶어서 잘 됐다했는데 찾아보니 소쩍새가 아니었어요. 이새는 황조롱이 유조였습니다.
급히 보느라 자세히는 못봤지만 황조롱이 아주 귀한 새네요. 천연기념물 제323-8호로 국가에서 보호받고 있는 새입니다. 황조롱이는 매과인데, 매류는 전 세계에 총 58종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6종 밖에 없다고 하고 서식환경이 파괴되는 이유로 점점 개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귀한 새이니만큼 얼른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었으나 하필 오늘이 일요일이라 조류보호협회에서는 전화를 받질 않았어요. 가까스로 시청 당직실에서 당직이신 분이 전화를 받으셨지만 역시나 담당자와는 연락이 안 되어 내일이나 가능할 거라 하셨어요.
예전에 물까치 유조를 구조해서 일주일간 돌보다가 조류센터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놓은 말린 밀웜이 있어서 줘봤더니 역시나 먹질 않았습니다. 물은 다 뒤집어 놓고요. 급히 찾아보니 황조롱이는 맹금류라 닭고기를 주되, 아기 새니까 잘게 잘라 주라고 하네요. 그래서 지금 오리고기 안심살을 녹이고 있는 중입니다. 잘 먹어주려나요.
완전히 아기새는 아니고 청소년 새쯤 되는 것 같은데요. 어쩌다가 날개를 다쳐서 물까치 떼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던 건지. 얼마나 다급했으면 강아지와 함께 있는 제 앞까지 와서 절 빤히 쳐다보았을까요. 이 녀석 지금 경비실에 있거든요. 이제 고기를 좀 잘라서 나가봐야겠습니다.
밤새 잘 지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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