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 보호해주는 버드세이버를 아시나요.
저희 집은 도심에서 좀 벗어난 곳에 있습니다.
앞산이 가까이 있어서 여름엔 우거진 녹음이 참 멋스럽고
겨울엔 눈 내린 설경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모릅니다.
여기로 이사 왔을 때 새도 많고 풍경도 좋아 너무나 좋아했었지요.
그런데 문제가 엉뚱한 데서 생겼었습니다.
어느 날 쿵! 커다란 소리가 유리창 쪽에서 들렸었는데
유리창에 뭔가 부딪친 듯한 자국이 남아 있었어요.
느낌이 이상해서 내려다보니 새 한 마리가 1층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뭘 어찌한 것도 아니지만
새는 그저 날아올랐을 뿐인데 인공 건물에 부딪혀 죽었고
그게 제 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전 충격과 죄책감 등으로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한 달 후쯤인가...
또 한 번 그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의심이 드는 것은 저희 집 창문 안쪽에 있는 푸른 화초들이었어요.
그것들을 보고 나무라고 착각해서 뛰어들었나 싶어서 모두 다 치워도 봤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계속 마음은 무거웠지만 대책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또 한 번의 대참사가 일어난 후에라야 전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파트와 앞산이 너무 가까운 게 문제였습니다.
앞산엔 새가 아주 많은데 가끔씩 순식간에 모든 새들이 동시에 팍 날아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점심 산책 비행을 하듯이
한순간에 다 같이 날아올라 동네를 휙 돌고는 다시 숲으로 들어갑니다.
그럴 때, 산과 가까운 아파트 창문에 돌진하고 마는 겁니다.
평소에 쌀벌레나 화초에 있는 벌레도 잘 못 잡는 저인데
가끔씩 제가 준 새 밥을 먹던 아이들이 제 집 창문에 그렇게 부딪쳐 죽는 사실에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들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죽은 거니까...
산은 원래 그곳에 먼저 있었고 새들도 그곳에서 먼저 살았으니까...
산과 너무 가까이 집을 지은 사람들의 잘못인 겁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저도 책임이 있는 거고요.
그래서 더 이상 죽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궁리하다가 찾은 것이 바로 '버드세이버'입니다.
뉴스나 사진으로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창문에 맹금류 스티커를 붙여놔서 새들이 그것을 다른 새로 착각해서 비켜가도록 하는 거지요.
이것은 도시화로 인해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그러다 보니 유리창과 도로 주변에 유리벽들도 늘어나면서
새들의 충돌사고가 나날이 증가하게 되어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 새가 하루에 약 3만 마리라니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죠.
문화재청 산하 조류보호협회에서 이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는 기사글을 보고
저도 신청해서 새가 부딪힌 바로 그 자리에 붙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게 몇 년째 저희 집 창문에는 버드세이버가 붙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또 걱정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 강아지와 산책하다가 다른 층, 다른 집 창문에 부딪쳐 떨어져 죽은 새를
1층 인도에서 보게 된 겁니다.
한동안 그 일은 잊고 지냈었는데 그동안에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났었고,
부지런한 경비아저씨들이 빨리 치우시는 바람에 제가 못 봤던 것 같습니다.
관리실에 전화해서 버드세이버를 우리 동 창문에 부착하도록 권고하면 어떻겠느냐고
문의했더니 그건 안된다고 하더군요.
버드세이버를 구해서 제가 일일이 부탁하고 다녀야 하는 건지...
참 난감하고 마음이 무거운데,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무슨 대책이든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집안 창문에 부딪쳐 새들이 죽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있으시다면
꼭 버드세이버를 붙여주세요.
그래서 새들의 헛된 죽음을 막아주세요.
별로 어려울 것 없잖아요.
스티커 몇 장 붙이는 걸로, 헛된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게 다 같이 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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