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절대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기어이 오고야 마는 두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 친구들이 늙거나 아파서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인데요.
반려인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죽음 이후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하는 이 증상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면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너무 그립고 힘들어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면 내가 펫로스 증후군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강아지 죽음을 2년 간격으로 연달아 겪어봤었는데요. 6개월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깊은 펫로스 증후군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반려동물 죽음 후 나타날 수 있는 펫로스 증후군 증상은 우울감, 죄책감,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들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힘든 건 이해해.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힘들어할까?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뭘 그렇게까지 힘들어할까? 궁금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인이 평소에 이 친구들과 어떠한 일상을 보내는지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짐작하실 수도 있어요.
이 부분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로를 하려다가 정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슬퍼하고 있는 사람에게 새끼 고양이를 사다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또 반려동물 죽음을 겪은 당사자도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거지? 다른 사람도 이럴까? 지금 내 감정은 정상적인 걸까? 싶으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감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사람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잖아요. 자녀들은 자라면서 학교도 다니고 점점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되지만, 반려동물들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나만 바라보고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아기로 생을 다할 때까지 곁에 있지요.
또 내가 돌봐줘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내가 힘들 때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날 위로해주는 첫 번째 친구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 가족들보다 더 내 생활, 내 감정과 밀접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친구가 나보다 빠르게 나이 들어가 노령견이 되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고, 중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온전히 내가 다 결정해줘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언제나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었던 존재의 부재가 너무 힘들게 느껴지고, 나와 살면서 행복했을까? 수술을 했던 게 옳은 결정이었을까? 등에 대한 복잡한 생각과 죄책감까지 얽혀 더 힘들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죽음이란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 가족 중에서 도맡아서 챙겨줬던 사람, 단둘이 살아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 동물이 중병에 걸려 치료를 결정해야 했던 사람들은 반려동물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을 잘 극복하지 못하고 더 길고 깊은 펫로스 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려견, 반려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당연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슬픔에 너무 오래 빠져있다면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도 함께 슬퍼하지 않을까요? 강아지 죽음으로 인해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온 저이기에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경험에서 얻었던 것들을 알려드릴게요.
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 죽음 극복 방법 11가지
1. 자연의 이치를 생각해 보세요
모든 것은 태어나고 자신의 생을 살다가 정해진 때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넓은 세상이 이 진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 실수나 내 잘못된 결정 때문에 살리지 못했나? 하는, 지금껏 나를 괴롭혔던 죄책감과 후회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은 물 흐르듯이 흘러간 것입니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모습보다는 함께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고, 좋은 인연으로 얽혀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보세요.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도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2. 영혼을 생각해 보세요
동물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한때 동물교감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동물들의 영혼이 죽음 이후에 훨씬 밝아지고 어려지고 발랄해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많이 아팠을 것입니다. 돌봐주는 사람을 위해서 기운 냈을 것입니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몸의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지금은 아프지 않고 온전한 존재가 되어 있는 아이의 영혼을 축복해 주세요.
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 죽음 극복 방법
3. 유품 정리는 천천히 하세요
반려동물 죽음 이후 슬픔을 잊으려 빨리 유품을 정리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봤던 분은 강아지 죽음으로 슬퍼하시는 아빠를 위해 대신 물건을 급히 정리하려는 분이었는데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정리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까지 그대로 두었습니다. 오히려 제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거든요. 강아지 옷들은 가끔씩 세탁해서 깨끗하게 두었고, 식기들도 원래 있던 싱크대 그 자리에 두었었지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고 조금씩 정리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펫로스 증후군 극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억지로 하는 것은 나중에 후회나 원망이 남을 수 있으니, 특히 누군가를 위해 대신 정리해주는 것은 더욱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충분히 슬퍼하세요
반려동물을 싫어했던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특히 어려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위로받고 싶고 함께 슬픔을 나누고 싶은 가족들에게 비수가 되는 말을 듣기도 하지요.
소중한 존재였고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면 억지로 그 마음을 빨리 접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슬픔을 억지로 누르거나 빨리 잊으려고 하지 마시고 슬픔을 쏟아내세요. 그렇게 충분히 슬퍼해야 힘든 마음에도 치유가 찾아오게 됩니다.
5.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세요
반려동물 죽음을 경험했던 사람과 대화를 해보세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커뮤니티를 찾아 직접 글을 써도 좋고, 다른 분들의 글을 검색해서 읽어도 도움이 될 겁니다.
충분히 슬퍼하시되, 끝도 없이 침잠하는 슬픔 속에 자신을 내버려 두지는 마세요. 얼굴은 모르더라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진심으로 위로해 줄 거예요. 또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는 당신의 반려동물이 무사히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도 해줄 겁니다.
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 죽음 극복 방법
6. 다른 반려동물을 급히 들이지 마세요
강아지 죽음을 겪은 후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떠나간 아이의 빈자리를 급히 다른 반려동물로 채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저는 이 방법을 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새로 들인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 혹은 다른 반려동물을 보며 웃기도 하면서 슬픔이 추슬러질지는 몰라도, 마음 한 편에서는 먼저 간 아이에게 미안함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으니까요.
가족이 생을 다해서 우리 곁을 떠났을 때 한동안 마음에 담고 그리워하면서 보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펫로스 증후군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도 다른 반려동물 입양은 시간이 좀 지난 후에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7. 자책하지 마세요
반려동물 죽음 이후 아마 한동안은 못해준 것만 떠오르고, 마지막 순간에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자책감으로 괴로울 것입니다. 만일 아픈 친구였다면 결정을 해야 할 것이 많았겠지요. 수술을 해야 할까? 항암을 해야 할까? 대체요법을 써볼까? 하는 것들요.
혹시 그 결정들 하나하나 다시 곱씹으며 자책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제는 그러지 마세요. 정답이 없는 선택할 것들 속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던 겁니다. 당신의 반려동물은 그걸 당연히 알았을 거고요.
저도 강아지 죽음을 두 번 겪으면서 한때 자책도 많이 했었지만 만일 반대로 결정했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볼 때, 그 길 역시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걸 알았지요. 힘든 길을 걸어온 자신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토닥토닥해 주길 친구도 바라고 있을 겁니다.
8. 동물 교감,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한때 유명했던 하이디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반려견을 보내고 나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동물교감 덕분이었습니다. 제 지인이 하이디와 신디에게 동물 교감을 의뢰했던 것인데요.
동물 교감을 신청하면 하이디는 답변이 오기까지 두 달, 신디는 1-2주 정도 걸렸었는데, 그것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그래도 수월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들도 많이 읽었었는데, 사랑하는 강아지 죽음 이후 심하게 함께 왔던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 죽음 극복 방법
9. 사진첩을 만들어 보세요
반려동물 죽음을 겪고 나면 정말 한동안은 사진 한 장 쳐다볼 수도 없이 힘듭니다. 동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저는 길을 가다가 같은 견종의 강아지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었습니다.
이별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가끔씩 너무 그리워 힘든 날도 있지만, 전 그래도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때 저는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인화해 사진첩을 만들었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리웠지만 그 감정이 고통스럽지 않았고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사진첩을 만들어 보세요. 좋은 시간이 될 거예요.
10. 고요한 그곳에 있는 너에게
책에서 읽었는데 반려동물의 천국은 바로 우리의 심장이라고 해요. 눈을 감은 채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그리운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행복했던 그 옛날의 어느 일상 속으로 돌아가, 부드러운 터럭도 만지고 따듯한 체온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1. 그래도 마음의 아픔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반려동물 죽음을 겪은 후 6개월은 죽을 듯이 힘들었고, 2년까지도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저는 한 친구를 병으로 보내자마자 연이어 노령견인 엄마 강아지가 아파서 펫로스 증후군을 겪으면서도 간병을 하며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해야 했으니까요.
노력을 해도 마음이 치유가 되지 않아 너무 힘들다면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보세요.
반려견과 아무리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고 해도, 떠나보낸 뒤 내 삶이 엉클어진 채로 되돌아가질 않는다면 좋은 인연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렇게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여러 노력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섣부른 위로보다는 혼자 있기 힘들어할 때 곁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흔히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말하는데요.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어떻게 위로해주는 지를 생각해 보시면 될 거예요.
글을 맺으며
사랑하는 반려동물 죽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누군가에게 되길 바라며, 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 죽음 극복 방법 11가지라는 제목으로 10년 전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적어보았습니다.
우리 반려동물들은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하늘에서 보낸 천사지요. 아마도 할 일을 다 마치고 좋은 곳에서 쉬고 있을 겁니다. 열심히 잘 살다 보면 먼저 천국에 간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반려동물 친구들을 모두 만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펫로스 증후군으로 마음을 다친 모두 분들이 치유되고 건강해져서, 또 다른 아이들을 보듬어 주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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