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산책 때문에 하루 두 번씩 아파트를 돌지만, 그때는 또 댕댕이들 챙겨주느라 꽃 구경할 틈이 없어요. 주말에 햇살이 좋길래 낮에 혼자 아파트 주변을 천천히 걸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예쁜 꽃들이 정말 많이 피었더라고요.
벚꽃과 살구나무 꽃이 져버려서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화려한 철쭉꽃이 알록달록 소담스레 피어나 화단이 정말 산뜻해졌어요. 살짝 고백하자면 예전에는 싫어했었거든요.
조화처럼 보일 정도로 너무 강한 그런 느낌도 싫고, 제가 좋아하는 진달래랑 비슷해 보이는 것도 싫고... 싫은 이유도 다양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철쭉의 발랄함과 화려함이 보기 좋아 꽃 필 때를 기다리곤 합니다. 철쭉 꽃말이 '사랑의 즐거움'이라고 하지요. 정말 꽃의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꽃말 같아요.
그런데 철쭉이 진달래과인 것 다들 아고 계셨나요? 같은 과니까 둘이 닮은 게 너무 당연했던 건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어설프게 닮았다고 하면서 싫어했으니... 괜스레 미안해집니다.
꽃에 관한 정보를 잠깐 보다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는데, 잠시 들려드릴까요? 철쭉은 꽃대에 독성이 있어서 양들이 이 꽃을 먹으면 죽는다고 해요.
그래서 이 꽃이 있으면 무서워서 걸음을 머뭇거린다(척촉)고 해서 양척촉이라고 불렀었는데 그것이 철쭉이란 이름으로 변한 것이라고 해요. 어떤 꽃이든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알고 꽃 구경을 하면 더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런 이름 모를 들꽃들이 정말 좋아요. 저희 아파트에는 식물이 많아서, 이런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들도 많이 피어있거든요.
화려하고 큰 나무와 꽃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빛을 내고 있는 쪼꼬미 꽃들.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사람의 시선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시들겠지만, 누군가 바라봐주고 의미를 준다면 행복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민들레도 지천에 피었어요. 비염과 알레르기 결막염이 있어서 아주 반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말 봄이구나 싶게 만드는 그런 꽃이라 산책길에 만나면 눈길이 가게 돼요. 꽃 구경을 하면서 보니 벌써 반쯤 날아가고 반만 남은 홀씨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민들레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 나의 사랑을 당신께 드려요'라고 해요. 약효가 좋아 꽃부터 뿌리까지 모두 사람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민들레의 삶과 너무나 잘 맞는 꽃말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바람결에 정처 없이 날아다니는 민들레 홀씨의 모습이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아요.
꽃 구경을 나서지 않아도 요즘은 어디에서나 이렇게 예쁜 초록의 새 잎들을 보며 봄을 느낄 수 있어요. 갓 태어난 것 같은 싱그러운 느낌의 연둣빛 머금은 초록 식물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장마가 오면, 비를 많이 맞고 풍파를 견디면서 아기 같던 식물들은 짙은 초록의 단단한 잎사귀가 되잖아요. 그런 모습도 좋고, 오색으로 물들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을 낙엽도 예쁘지만... 저는 요즘의 잎사귀 색이 가장 예쁜 것 같아요.
그래서 장마철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조금이라도 더 자연을 보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어쩌면 생명력 머금은 봄 속의 자연을 가까이하며 그때 얻은 기운으로 한해를 살아가는 걸 지도 모르겠어요.
반짝이는 잎사귀들이 정말 예쁘지 않나요?
내친김에 아파트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봤습니다. 지천에 피어있는 꽃들이 다 예뻐서 일부러 유명한 곳으로 꽃 구경을 가지 않아도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며칠 전, 근처에 있는 유채꽃이 만발해있는 공원에 갔었다가 주차할 곳이 없어서 돌아왔었는데 이렇게라도 보니 좋았어요. 비록 한적한 길가에 피었지만,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을 것 같아요.
길을 걷다가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어요. 얘들이 모두 토종닭들인데, 누군가 취미 삼아 키우시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저런 장면은 처음 봤거든요.
통나무에 이렇게 줄지어 올라앉아 다 같이 두리번대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것도 같더라고요. 닭은 저를, 저는 닭을... 신기해하면서 서로 구경도 했답니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니 눈에 차는 싱그러운 잎사귀들 사이로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꽃 구경할 겸 잠시 나온 산책길에서 에너지를 제대로 채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득템을 했는데요. 그건 바로...
이거예요. 저희 아파트 화단에는 큰 벚나무와 살구나무들이 줄지어 있어서 벚꽃과 살구꽃이 만발하는데요. 꽃이 다 져버려 아쉬웠었는데, 벚꽃보다 겹벚꽃이 더 오래 버텨내는 건지 바닥에 떨어진 겹벚꽃 두 송이를 발견한 겁니다.
그래서 작은 종지에 물을 담고 꽃을 띄워놓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오래는 못 버텨도 이틀 정도는 싱싱하게 볼 수 있거든요. 오며 가며 집에서 꽃 구경 제대로 하는 거지요. ^^
생명력 가득한 싱그러운 봄, 저는 그 연둣빛이 너무 좋습니다. 정말 그 힘으로 일 년을 살아내는 것 같아요. 비가 일상이 되는 때가 오기 전까지 주변을 더 자주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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