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채소를 다듬고 남은 밑동을 버리지 않고 물에 담가놓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냥 버려지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예쁘고 소중한 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소박하지만 독특한 저만의 취미생활인 채소꽃 피우는 모습을 살짝 보여드릴게요.
왼쪽에 있는 예쁜 노란 꽃 보이시지요? 요즘 저희 집에 피어있는 것인데 바로 봄동꽃입니다. 씨를 뿌린 것도 아니고 버려지는 밑동을 물에 담가놓기만 했는데 이렇게 예쁘게 피어올랐습니다.
미나리, 무, 당근, 봄동... 이런 야채들은 다듬고 나면 밑동이 남잖아요. 개수대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된 것들을 쓸어 담을 때마다 짠한 마음 같은 게 들곤 해서 접시에 물을 조금 담아 밑동을 올려놓기 시작했거든요.
그랬더니 조금씩 줄기를 올리고 잎을 만들면서 꺼져가던 삶을 다시 이어가더군요. 그저 물을 줬을 뿐인데 항상 마지막에는 예쁜 선물까지 주니 참 감격스럽고, 이렇게 채소꽃들이 피어오르고 나면 이 녀석에겐 이게 진짜 마지막이겠구나 싶은 마음에 더 자주 눈길을 주게 됩니다.
봄동은 키운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렇게 많은 꽃봉오리들을 만들어냈어요. 오늘도 많이 피었는데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사 온 것도 아니고... 별 수고로움 없이 집에서 생화를 만들어내고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한 일이지요.
앙증맞은 꽃잎도 귀엽고, 솜털처럼 부드럽게 솟아있는 꽃술들도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열매를 맺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벌들이 하듯이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 주었습니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피어난 아이들이라 그런지 더 소중하고 예쁜 것 같아요. 제 눈에는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워 보여요. 하나씩 피어날 땐 응원을 하게 되고, 다 피어나면 며칠이나 버텨줄까 미리부터 마음이 아리고... 늘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봄동 옆에 있는 것은 고구마인데, 고구마는 이렇게 물에 담가 놓으면 줄기를 뻗고 잎사귀들이 달려 제법 멋있어요. 고구마는 다른 것들보다 키우기 수월해 오래 살아요. 줄기에 뿌리가 달리는데 그 부분을 따서 흙에 심으면 고구마 재배도 가능하죠.
위 사진의 왼쪽은 당근인데 당근에서 솟아오르는 잎의 초록색은 주황색과 대비돼서 그런지 더 싱그럽게 느껴져요. 그리고 오른쪽 사진처럼 무도 밑동을 담가 놓으면 잎사귀가 우거지고 나중에는 예쁜 무꽃이 피지요. 정말 사소해 보일지 모르나 이런 일들로 저는 에너지를 충전한답니다.
그리고 사실 식물들도 생명이 있는 것들인데 먹고 쓸모없다고 버리면 미안하잖아요. 오래가지는 못하지만 물 자주 갈아주고 아래 부분에 상태 안 좋아진 잎들만 정리해 주면 그래도 제법 생명을 이어 줄 수 있어요.
취미 생활로 화초를 키우거나 베란다 텃밭을 만들고 싶지만 여건이 안된다면 오늘부터 채소 다듬을 때 저처럼 한번 해보세요. 거창하게 취미생활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눈도 맘도 즐거워지고 운 좋으면 예쁜 채소꽃도 만날 수도 있고... 소소한 행복을 얻기에 충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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