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犬生을 건강하고 행복하게/동물 이야기

위험한 새줍, 아기새에게 절대 하면 안되는 일

by 충전*'* 2023. 6. 13.


아기새와의 만남

어제 화단을 지나가는데 물까치 어미새 두 마리가 깍깍대고 있었다. 주변에 아기새가 있나 둘러보니 아주 작은 녀석이 풀밭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이소를 막 시작했거나 아니면 아직 둥지에 있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은 아주 조그만 녀석이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길고양이들이 많다 보니 이렇게 작은 아가새들은 살아남기가 어렵다. 며칠 전에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30분 동안 죽은 아기새를 6마리나 보았다. 그래서 모종삽을 가지고 나와 묻어준 적도 있다.

 

아기새들 묻어준 자리

 

매년 이맘때가 되면 보송보송 털이 제법 올라온 물까치 새끼들이 이소를 한다. 올해에도 아기새를 보호하려는 어미새 울음소리는 여전한데 예전과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이맘때쯤 늘 보아오던 크기의 아기새들은 보이 지를 않고, 대신 훨씬 작은 녀석들이 바닥에 떨어져 죽은 것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온 탓에 알 낳는 시기가 늦어져 이소 시기에 제대로 크지 못한 녀석들이 떨어져 죽는 건 아닌지... 별의별 추측을 다 해보게 된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

아무튼 이 아기새도 너무나 작았다. 요새 죽은 아기새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다른 녀석들처럼 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일은 이때 갑자기 벌어졌다.

한 할아버지가 성큼성큼 오셔서 그 녀석을 덥석 잡더니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놀라서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그냥 두면 고양이밥이 되지 않겠냐 하셨다

 

새를 노리는 길냥이들이 많다.

 

와중에 무리를 지어 아기새를 보호하는 습성이 있는 물까치들이 할아버지 머리를 쪼아대며 공격을 해왔다. 물까치는 자기 새끼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에 보니 대여섯 마리가 합세해 맹금류도 쫓아버리던데 모성애가 대단한 아이들이다. 어미새들이 거세게 공격하자 할아버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그런데 그 순간 아기새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뚝 떨어졌다. 놀라서 달려가 보니 옆으로 누워 기절해 있었고, 떨어져 있는 모습이 심각해 보였다. 놀란 어미새들이 아기새 근처로 날아와 기웃대더니 포기한 듯 저만치 날아갔다.

살려야 할 것 같아서 집에서 서둘러 우산과 비닐장갑을 가지고 나왔다. 새의 공격을 피하려고 우산을 썼지만 어미새들이 아기를 이미 포기한 터라 잠잠했다.

 

물까치 어미새


다친 아기새, 제발...

집에 데려와 상태를 보았는데, 다행히 정신은 들었지만 날개와 발가락 두 개가 골절되어 있었다. 상자를 만들어 그곳에서 쉬게 해 준 후 계란노른자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여 보았다. 다행히 조금씩 받아먹었는데, 그런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이대로 다 낫는다고 해도 날개와 발가락이 부러져 날 수도 없고 나뭇가지에 앉을 수도 없겠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지난번에 다리가 부러진 말똥가리를 구조해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보냈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었다. 다리와 날개가 부러진 새를 수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말똥가리는 큰 편인데도 그리 됐는데 작은 새는 더 힘들 것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유해조수이기에.... 어떻게든 내가 치료를 해주고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란 판단이 들었다.

 


조심히 상태를 다시 살폈는데 문제가 심각했다. 발가락도 그렇지만 부러진 날개뼈가 살을 찢은 듯했다. 상처 부위가 점점 검붉게 부어올랐다. 통증이 심한 지 먹이도 먹지 않았고 힘들게 숨만 쉬었다. 안정감을 주고 싶어 조용한 방에 두고 물까치 소리를 검색해 나지막하게 틀어주었다. 그리고 동물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도 계속 들려주었다.

살아만 준다면 내가 돌봐줄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거란 직감이 들었다. 힘들게 숨을 내쉬는 아기새의 고통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데려온 것이 저녁 7시 정도였고 새벽 4시까지도 살아있었는데 6시경에 보니 숨이 멈춰있었다.
 

장미꽃이 있는 햇살 좋은 곳에 묻어주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기새가 너무 가여웠다. 살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속상하고 미안했다.

 

섣부른 새줍, 절대 하면 안 되는 이유

야생의 새들은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개입해야만 한다. 이소를 시작한 녀석들은 당연히 그렇고, 둥지에서 떨어진 작은 아기새를 만났을 때 섣부르게 행동해서는 정말 안된다.

다행히 주변에 둥지가 보인다면 장갑을 낀 채로 잡아 빠르게 둥지 안에 넣어줘야 맞을 것이다. 절대로 둥지가 아닌 나뭇가지 위에 그냥 올려놓아서는 안된다. 그건 새를 위한 일이 아니라 죽이는 일이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높은 나뭇가지 위에 이 녀석을 올려놓은 할아버지가 원망스럽다. 그리고 또 다른 아기새를 만났을 때 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나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했을 때 바로 내려놓으라고 강하지 말하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 판단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잖아...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내 자책은 아마도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아기새는 반짝이는 영혼이 되어 푸른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까. 털끝도 다치치 않은 커다란 날개를 쫙 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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