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고, 연주를 하고, 손으로 조물조물 뭔가를 만들고, 재봉질을 하고... 이런 취미생활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아요. 오늘은 예전 파일들을 보다가 이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핸드메이드 책갈피인데요.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촌스런 스탬프를 발견하곤 신이 나서 사 가지고 왔더랬죠. 그리고는 이렇게 책갈피들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의 날짜를 보니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데, 신기한 것은 그날의 일들이 생생히 기억난다는 겁니다. 재미있게 작업한 날이라 그런 걸까요.
지금도 예쁜 종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데 당시에도 이미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종이 코너에 있는 다양한 종이의 예쁜 색감, 냄새, 슬쩍 만져볼 때의 그 촉감까지... 그 매력에 빠져 핸드메이드로 책갈피까지 만들게 된 것이겠죠?
잘 드는 칼로 크기에 맞게 쓱쓱 잘라서 애정 하는 펜으로 아기자기한 그림도 그리고 색연필로 색도 칠했네요. 마지막으로 새로 산 스탬프도 찍고... 나름 신경 써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펀칭기로 구멍을 뚫고 글루건을 이용해 강아지 핀 만들던 예쁜 리본 줄을 붙이면 핸드메이드 책갈피 완성~ 만든 것들은 모두 다 나눠줬다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전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그 당시에 제가 완성된 책갈피들을 넣어놨던 책을 열어보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세장이 책 안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시나요. 모두 제가 그냥 손가는대로 그렸었는데, 웬일로 책의 그림을 하나 따라 그렸었나 봅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건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페이지를 바로 찾아냈어요.ㅎ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조막만 한 모닝글로리 펀칭기도 그대로 있고, 원단 방에 가보니 스탬프도 이렇게 그대로...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그냥 예전 사진을 열어보았고, 그걸 만들었던 재료와 책갈피 몇 장을 찾아낸 것뿐인데 말입니다.
13년 동안 책 속에 들어있던 책갈피를 보니 꼬물꼬물 뭘 만들고 있던 지금보다 13살 어리던 그날의 저를 슬쩍 보고 온 것 같다고나 할까요.
또 모든 물건은 그대로인데 순식간에 13년이 흘러 저만 변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하고, 한참 동안 열지 않았던 책 속에서 잊었던 지난 추억까지 발견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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