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생각하면 잘하고 있든 못하고 있든 마음이 아픈 건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아빠 돌아가실 때 혼자 남는 엄마에게 잘해드려야겠다 다짐을 했었는데, 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이전보다 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후회하고, 엄마의 연세를 따져보면서 조급해했으면서 말입니다.
제가 몸이 워낙 약한데 나이를 먹으면서 요즘은 아픈 곳 추스르다 하루가 다 지나가 버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병원 다녀오고 지쳐하는 것만으로 그냥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요.
이런 날들이 많아질수록 똑같은 시간을 이미 오래전부터 겪으셨을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커져갑니다. 그러면서도 살가운 성격은 못돼 막상 표현은 또 잘 못하고... 이러나저러나 저는 참 못난 딸 같아요.
어찌 되었든 올해도 무사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달리 바라는 건 없어요. 그런 날들이 10년 20년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형제들도 모두 분가해 가족이 자주 못 보다 보니 가족들의 얼굴을 스케치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가족들 얼굴 스케치를 하다 보면, 얼굴 사진을 계속 쳐다봐서 그런지 함께 있는 것 같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이 스케치는 예전에 그리고 수정 없이 덮어둔 거라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엄마의 선한 모습이 비교적 잘 담긴 것 같아요. 연세가 드셔도 곱디고운 우리 엄마. 참 예쁘시지요. 엄마에게 보내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던 그림이랍니다.
젊으실 때는 정말 연예인 못지않게 예쁘셨어요. 그 시절에는 다들 아담하셨었는데 엄마는 키도 크시고, 얼굴도 조막만 하시거든요. 젊은 시절의 엄마 얼굴도 스케치해봤었는데, 단아한 모습이 조금은 담겼나요.
정말 오래된 사진이에요. 사진 속의 엄마는 지금의 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시죠. 가끔씩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세월이 정말 쏘아놓은 살과 같구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서 하루 종일 마음이 이상하고 그립고 그런 날들이 있어요.
그런 마음앓이를 할 때면 하루만이라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꼬마였던 제게 엄마는 늘 커다란 성처럼 든든한 존재였는데,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 속의 엄마는 점점 제 나이와 가까워지고 같아지더니, 이제는 많이 어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억 속의 젊은 엄마가 때론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가정사로 힘든 일이 있었던 시절에는 연민이 느껴져 그때의 엄마에게로 달려가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또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힘든 일이 생기면 제 나이의 엄마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엄마는 내 나이에 이렇게 살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처럼 생각만으로도 힘을 얻기도 하지요.
작년 카네이션 사진을 보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싶습니다. 며칠 후면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길가에 가득하겠지요.
저는 막내이고 늦둥이라 다른 형제보다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짧아 억울한데, 생각해 보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하루 줄어드는 게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계실 때 잘해라,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봅니다. 엄마 얼굴 스케치도 더 예쁘게 그려보고 싶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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