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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내 머리가 놓아주지 않는 기억들로...

by 충전*'* 2021. 9. 9.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계절과 계절이 바뀌는 계절, 그리고 좋아하는 비를 원 없이 만날 수 있는 장마...

저에게 계절은 이렇게 9개입니다. 계절이 시작되는 날도 조금은 특별해요. 낙엽을 처음 만날 날이 제겐 가을의 시작이고, 첫눈을 본 날이 겨울의 시작이지요. 

 

하얀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모습

 

나이를 먹으면 무뎌지는 부분이 많다는데 남들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저는 나이를 먹을수록 삶 속에서 예민해지는 부분도 많아지고, 내 머리가 놓아주지 않는 기억들도 하나둘 늘어갑니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때가 되면 요맘때 기침이 시작되어 결국 제 손을 놓아버렸던 첫째 반려견이 떠오릅니다. 노견이 되어 신장, 심장과 기관지가 안 좋았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게 되면서 상태가 안 좋아졌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쌀쌀한 계절이 오면 둘째가 떠오를 겁니다. 봄부터 너무 많이 아팠는데 네 생일을 같이 보내면 좋겠다는 제 소원을 들어주고 떠난 아이. 꽃처럼 예쁘던 그 아이는 그렇게 떠났었습니다. 내 바람이 너무 소박했구나 싶어 두고두고 후회했었지요. 

 

함께 했던 아이들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교감을 나누며 일상을 함께 했었기에 그 아이들을 처음 만나던 날의 기쁨, 일상의 소소한 일들, 간병하면서 느꼈던 절망감들, 또 떠나보낼 때의 무너지는 아픔까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들이 계절에서 오는 느낌과 참 많이 맞닿아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계절, 어느 익숙했던 공기가 문득 느껴지는 날이면 느닷없이 예전의 기억이 저를 그때로 소환해갑니다. 기억력이 참 좋지 않은 저인데도 이렇게까지 생생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로 조금 전의 일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회상이 아니라 정말 그곳 그 시간 속에 잠깐 다녀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쌀쌀함이 시작되니 좋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립기도 합니다. 제가 정말 힘들 때 제 품에 왔고 제가 잘 챙겨줄 수 있을 때 서둘러 차례로 떠나버린 아이들. 오늘도 많이 그립네요. 긴팔과 가디건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옷 정리할 때마다 옷 위에 올라가서 절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녀석들이 떠올라 이런 글을 적어봤습니다.

 

그 아이들이 떠난 것은 2012년. 2014년입니다. 하루하루 그날이 멀어지고 있지만, 가끔씩 신기하게도 저는 계절의 냄새를 따라 그 시절의 아이들을 만나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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